이것 저것/영양가 있는 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중에서

달빛3 2005. 6. 28. 10:00

1.
사람들은 대개 자신의 거의 모든 시간을 살아가기 위한 일에 바치면서,
약간의 한가한 시간이 생기게 되면 도리어 마음의 안정을 잃어버린 채
기를 쓰고 그 시간을 없애려든다.


1.
상상력을 부지런히 동원하여 지난 날의 불행한 추억을 되새기려 하지 말고,
오히려 태연한 마음가짐으로 현재를 견뎌내기 위해 노력한다면
우리의 괴로움은 훨씬 줄어들게 될 것이다.


1.
천재의 도도한 흐름이 둑을 무너뜨리고 소용돌이치며 밀어닥쳐서
사람들의 영혼을 경탄케 하는 일은 어찌하여 이다지도 드문가?
그것은 그 흐름의 양쪽 둑가에 점잖은 신사들이 살고 있는 때문이다.
그들이 자기네의 정원이나 꽃밭 혹은 채소밭이 망쳐질까 두려워 제방을 쌓고 배수공사를 함으로써,
닥쳐올지도 모르는 위험을 미리 막고 있기 때문이다.


1.
언덕 위에 서서 아름다운 계곡을 내려다 보고 있노라면, 주위의 모든 것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저 작은 숲 그늘에 앉아 조용히 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저 산봉우리에 올라 서서 아래를 굽어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끝없이 이어지고 있는 언덕과 계곡들, 그 속에 함께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하여 결국 서둘러서 그곳을 찾아가 보지만, 바라던 것을 그곳에서 찾을 수는 없는 일이다.

저 너머의 먼 곳이란 미래와 비슷하다.
크고 흐릿한 무엇인가가 조용히 우리 앞에 놓여 있어서,
우리의 감정과 시야는 그 속으로 흡수되고 마는 것이다.
우리의 동경은,
모든 것을 버리고 단 하나의 위대하고 숭고한 감동의 기쁨을 누리고자 하는 동경은 여기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서둘러 '저 너머 먼 곳'을 찾아 가서 그곳이 바로 '여기'가 되고 보면,
모든 것은 다시 지금과 같이 되고 만다.
우리는 여전히 부족함과 결핍의 감정에 서 있게 되고,
그리하여 우리의 영혼은 다시 달아나 버린 그 소망을 좇아서 헤매게 된다.

그리하여 아무리 정처없이 떠도는 방랑자라 할지라도 마지막에는 결국 고향을 그리워하게 된다.
자신의 작은 집과 아내의 포근한 품, 그리고 아이들의 재롱과 그들을 부양하는 일,
그런 것들 속에서 넓은 세상을 떠돌면서도 찾지 못했던 것을 찾게 되는 것이다.


1.
세상에서 내 마음과 가장 가까운 것은 아이들이다.
그들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아주 작은 것에서도 장차 그들이 지니게 될 모든 덕성과 능력이 싹트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들의 고집 속에서 미래의 의연하고 올곧은 기상을 엿볼 수 있으며,
장난 속에서 삶의 위험을 극복해 나가는 유머와 재치를 찾아볼 수 있다.
그들에게는 이 모든 것들이 전혀 손상되지 않은 그대로 드러나 있다.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예수의 말씀(마태복음 18장 3절)이 생각난다.


1.
세상의 일이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는 식으로 딱 부러지게 결정되는 경우란 극히 드물다.
인간의 감정과 행동에는 실로 다양한 변화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1.
무슨 이야기를 하건, 그 이야기 끝에서는 항상 "물론..."이라는 말로 토를 다는 사람들이 있다.
어떤 일반적인 명제라 할지라도 예외란 있는 법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사람들은 자기들 자신의 말이 반드시 정확하지 않으면 성이 차지 않아 하는 것이다.

때문에 이들은 조금이라도 경솔하거나 일반적인 말, 혹은 불확실한 말을 했다 싶으면,
먼저 한 말을 새롭게 한정하거나 수정하면서 이야기를 한없이 늘어 놓아서,
결국은 어떤 얘기가 핵심적인 것이고 어느 얘기가 지엽적인 것인지도 모를 지경이 되게 하고 만다.


1.
인간의 본성에는 어떤 한계가 있다.
기쁨이나 슬픔이나 고통 등이 어느 일정한 단계에 이를 때까지는 견뎌낼 수 있지만,
그 단계를 넘게 되면 인간은 결국 파멸하고 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를 두고서 인간이 약하다거나 강하다거나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문제는 인간이 자신의 고통을, 정신적인 측면에서나 육체적인 측면에서 어느 정도까지 견뎌낼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1.
자기 목숨을 스스로 끊어 버린 사람을 두고 비겁하다고 말하는 것을 나는 이해할 수가 없다...
냉철하고 이성적인 인간이 이 불행한 사람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이는 병상을 지키고 있는 건강한 사람이 병상에 있는 환자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1.
다른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실로 어려운 일이다.


1.
환경의 변화를 추구하는 마음은 초조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그리고 그런 조급함은 어디를 가든 나를 뒤쫓아 오는 것이 아닐까?


1.

우리는 모든 것을 자기 자신과 비교하고, 자기 자신을 다른 모든 것과 비교한다.
때문에 행복과 불행이란 결국 우리가 자기 자신을 어떤 대상과 비교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지게 된다.



1.
혼자 있는 것만큼이나 위험한 것도 없다.
우리의 상상력은 본질적으로 자꾸만 높은 곳을 오르려는 성향이 있고,
또한 문학이나 시 같은 것의 영향을 받아 사람들의 서열을 정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혼자서 그러한 상상력을 키우다 보면 자기 자신은 그 서열의 맨 밑에 놓이게 되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자기보다 훌륭하고 완전한 것처럼 보이게 마련이다.

이런 현상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다.
우리는 자신이 여러모로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으며,
자신에게 결여되어 있는 그 모든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다 갖추어져 있는 듯이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상대방에게 덧붙이고,
나아가서는 거기에다 이상적인 생활의 즐거움까지를 더하게 된다.
그리하여 결국은 완전히 행복한 인간을 만들어내기에 이른다.

그러나 그것은 실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다만 우리 자신이 만들어낸 하나의 허상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1.
우리는 미약한 힘이나마 전력을 다해야 한다. 오직 앞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속도가 느리고 멀리 돌아가는 일이 자주 반복될 수도 있겠지만,
그러나 그러다 보면 다른 사람들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앞지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진정한 자각과 자신감은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거나,
혹은 앞질러 가게 될 때에야 비로소 생기게 되는 것이다.


1.
나는 일 처리가 간결한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일단 어떤 일을 종료하고 나면 그것을 다시 꺼내어 뒤적거리지 않는 성격이다.


1.
고지식한 사람을 대하는 것만큼이나 속 상하는 일도 없다.
그런 사람은 대개 모든 행동이 노처녀만큼이나 까다롭고, 자신에게 만족하는 일이 결코 없으며,
누가 도움을 주는 일이 있어도 거기에 감사할 줄을 모른다...
이런 사람은 자기 자신 뿐만 아니라 주위의 다른 사람들까지도 괴롭게 만든다.  


1.
자기 자신의 척도로 다른 사람을 판단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나는 내 자신의 일만으로도 힘에 벅차서 남의 일에는 관여하고 싶지 않다.
나는 나의 길을 갈 수 있기를 원한다.


1.
사람들의 정신은 한 자리라도 더 윗자리로 오르려는 생각으로만 꽉 들어차 있다.
그렇지만 가장 윗자리에 있는 사람이 최고의 일을 하는 경우란 거의 없다.


1.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건강이나 명예나 즐거움이나 휴식 등의 모든 것을 차지하기 위해 기를 쓰고 덤빈다.
그것은 대개가 어리석음이나 무지, 혹은 좁은 생각 등에서 비롯되는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항상 이런 이전투구의 싸움이 다른 사람을 위한 호의에서 하는 것이라는 말을 덧붙인다.


1.
인간이란 누구나 희망에 속고 기대에 배반 당하는 법. 나라고 여기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1.
하늘은 인간의 운명을 이렇게 정해 놓았다; 이성을 지니기 이전과 이성을 잃어 버린 이후를 제외하고는 행복해질 수 없도록.


1.
막을 올리고 그 안으로 들어간다! 단지 그러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이렇게 망설여지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그 안이 어떤 곳인지를 모르기 때문일까?
한번 들어가면 다시는 돌아오는 사람이 없는 때문일까?
확실한 것을 모르는 경우, 혼돈과 암흑만을 예상하는 것, 그것이 우리 인간의 정신적인 특징이다.


1.
죽음. 그것은 대체 어떤 것일까?
죽음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경우, 우리는 꿈을 꾸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사람이 죽는 것을 몇 번이나 보았다.
그렇지만 인간은 자기 존재의 처음과 마지막은 전혀 알지 못한다.
인간은 그토록 제한된 세계에 살고 있다.


1.
불가피한 일에 접했을 때는, 험한 산을 넘는 나그네와 같은 심정으로 체념하고 순응할 수밖에 없다.
물론 산이 없다면 길을 가기가 훨씬 편하고 거리도 가까울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가야 하는 길이고 현실적으로 산이 거기에 있다면 그 산을 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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