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윙시 힘을 빼야 공이 멀리 나간다는 말을 수없이 듣는다. 그러나 힘을 뺀다면 어느 부위의 힘을 빼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니 어떻게 해야 힘이 빠지는 것인지도 당연히 모를 수밖에 없다. 어깨의 힘을 빼는 것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지만, 손목의 힘을 빼거나 혹은 온몸의 힘을 다 뺀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해석이 다양하다 보니 방법도 각양각색이다. 흐느적흐느적 낭창낭창한 느낌이 들 때까지 몸을 좌우로 흔들고 비틀어보는 사람이 있고, 티샷을 하기 전에 손목을 한없이 털어대는 사람도 있다. 골프방송의 레슨 프로그램을 유심히 시청하면서 공짜레슨도 받아보지만 거기서도 역시 힘을 빼라는 말만 자주 듣는다. 그러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법’은 일러주지 않는다. 한 가지를 가르치면 열 가지를 아는 머리가 있어야 발전하지, 가르쳐준 그 한 가지조차 정확하게 알아듣지 못하면 제자리걸음을 할 뿐이다. 그러니 레슨방송을 빼놓지 않고 봐도 골프실력은 늘지 않는 게 당연하다. 그러던 어느 날 연습장에서 옆 타석의 신사분이 TV에서 배웠다면서 드라이버 샷의 비거리를 늘이는 데 도움이 되는 연습방법을 알려준다. 볼을 치는 게 아니라 빈 스윙으로 스무 번씩 연속적으로 드라이버를 휘두른다. 그러기를 다섯 번 반복하면 100번을 휘두른 셈이다. 세 번째부터는 기운이 빠지고 스윙이 제대로 되질 않는다. 그러나 이를 악물고 100번을 채운다. 일주일 동안 연습을 계속했더니 양손 새끼손가락 아래쪽 손바닥에 굳은살이 박혔다. 100번 휘두르는 동안 마음에 드는 스윙이 몇 개 있었다. 그리고 그 때의 느낌이 바로 힘을 뺀 상태라는 걸 우연히 깨닫게 됐다. 마치 도를 터득한 것처럼 기뻤다. “맞다, 이거다!” 그 다음에는 그런 느낌이 어떨 때 오는 것인지 정신을 집중하면서 스윙을 해본다. 그러기를 열흘 만에 그 느낌이 오는 스윙 방법을 찾아냈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던 아니 알아듣지 못했던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핵심은 그립이다. 그립 잡는 방법이 바로 내가 찾던 힘 빼기의 비결이었다. 왼손은 엎어 잡고(스트롱 그립) 오른손은 정상으로(엄지와 검지로 V자를 만들어 잡는다) 잡는다는 말을 잘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어떻게 잡느냐가 중요하다. 100%의 악력으로 잡았다가 풀어준 후 다시 20%의 힘으로 드라이버가 빠져 달아나지 않을 정도로만 잡는다. 다음에는 드라이버가 가는 대로 쫓아가기만 하면 된다. 몸과 드라이버가 연결되어 있으면서 휘둘렀을 때 스윙의 궤도를 일부러 만드는 것이 아니라 몸이 시키는 대로 쫓아가기만 하면 된다. 몸이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되는 것을 억지로 스윙궤도를 만들려고 하는 데서 공을 때리는 방향이나 힘의 방향이 어긋났던 것이다. 어떤 티칭프로가 공을 실로 묶어서 돌리던 레슨 화면이 떠오른다. 이제야 그 원리를 이해하면서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고 너무 먼 길을 돌아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클럽을 던지라’는 말도 이제야 이해가 된다. 공을 치고 나서 던져버린 채를 달아나도록 내버려둔다는 느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힘도 필요 없다. 오른쪽으로 멀리 던졌다가 되돌아오는 힘으로 공을 치고 다시 달아나려는 드라이버를 그대로 던진다. 이렇게 간단한 방법을 이제야 알아들었다니 참으로 원통하고 원통하다. 문제는 지금 내가 터득한 방법이 전부가 아니라는 데 있다. 지금 발견한 이 비법 위에 또 다른 비법이, 그 다음에 또 다른 비법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골프는 ‘네팔의 미로’ 같은 것이 아닐까. 이런 깨달음 끝에 아이들이 미로 찾기를 하듯 길을 찾아내는 기쁨으로 골프를 즐기자고 마음먹는다.
김이연(소설가) 김이연은 월간 문학 신인상으로 문단에 데뷔 <방황의 끝>, <들마>, <타투 tattoo> 등을 집필한 작가이며 세계 각국으로 골프 여행을 떠나는 소문난 골프 마니아다. ※ 서울경제골프매거진 제공 http://www.sbsgolf.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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